EULER : Oblique officer shirt

EULER : Oblique officer shirt

Length 66
Chest 54
Shoulder 45
Sleeve 22

₩121,000

1 in stock


Description

율러의 〈Oblique officer shirt〉는 언뜻 보면 군복처럼 보인다. 하지만 동일한 형태를 역사 속에서 찾기는 어렵다. 양쪽에 견장이 달린 반소매 셔츠는 현대 장교 근무복이 떠오르며, 스탠드 칼라와 중심에서 벗어난 여밈은 펜싱 자켓과 쉐프복에서도 발견되는 구조다. 율러는 서로 다른 제복에서 익숙한 구조를 가져와 한 벌 안에서 다시 조합한다.

군복과 펜싱은 역사적으로 완전히 떨어져 있지 않다. 미국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West point)에서는 1814년 미 전쟁부 장관의 승인으로 검술 교관(swordmaster)을 고용했고, 당시 생도들의 군사 훈련에는 펜싱이 포함되어 있었다. 쉐프복 역시 주방이라는 조직 안에서 역할과 전문성을 드러내는 제복으로 발전했다. 펜싱장과 군대, 주방은 서로 다른 환경이지만, 각각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에게 규정된 복장을 만들어왔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이 요소들이 하나로 결합된 제복은 역사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율러는 여러 복식의 구조를 섞어 정확한 시대와 용도를 특정하기 어려운 제복의 인상을 빚어낸다. ‘가상의 대학교 SCNY의 학생의 옷’을 만든다는 율러의 작업 구조를 떠올린다면, 이 셔츠는 SCNY 학생이 ROTC 활동을 할 때 입는 제복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디자인에서 말하는 디자인 픽션(Design fiction)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디자인 픽션은 아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나 제도를 실제로 쓰이고 있는 것처럼 구체화하는 디자인 방법론이다. 폴 클라우튼(2016)은 디자인 픽션이 변화에 대한 불신을 유예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하며, 중요한 조건으로 개연성을 든다. 현실에 없는 물건이 실존할 법한 인상을 만들기 위해선 설정된 세계 안에서 충분히 그럴듯하게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테사 젠슨(2018)은 ‘현실성(realness)’과 ‘개연성(plausibility)’을 구별하며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존재할 법한 것은 다르다고 말한다. 가상의 대상도 주변의 제도와 환경, 사용 방식이 충분히 설명된다면 존재할 법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관점에서 〈Oblique officer shirt〉는 SCNY라는 가상의 학교를 구체화하는 물질적 단서가 된다. 율러는 실제 기원이 있는 견장, 비대칭 여밈, 하이넥 칼라를 조합해 특정한 역사적 원형으로 환원되지 않는 제복을 만든다. 그렇게 이 셔츠는 실제로 있었을 법한 율러만의 복식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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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Coulton, Joseph Lindley, Haider Ali Akmal (2016), “Design Fiction: Does the Search for Plausibility Lead to Deception?”

Proceedings of the Design Research Society Conference 2016, Vol. 1, pp. 369–384. DOI: 10.21606/drs.2016.148.

Thessa Jensen, Peter Vistisen (2018), “Strategic Design Fiction: A Plausible Reality & Its Implications”

Academic Quarter | Akademisk Kvarter, No. 17, pp. 53–68. DOI: 10.5278/ojs.ak.v0i17.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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