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LER : Shrunken fit cropped t-shirt : glitch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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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tton 100%
Size M / L
Length 64 / 65
Chest 51 / 52
Shoulder 42 / 43
Sleeve 17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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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00

2 in stock


Description

1977년 뉴욕주 관광 캠페인을 위해 ‘Milton Glaser’가 만든 I♥NY 로고는 지역을 향한 애정을 간단한 그래픽으로 압축한다. 이 티셔츠를 입은 사람은 곧 ‘I’의 역할을 맡아 뉴욕을 사랑한다고 직접 말하는 화자가 된다. 뉴욕 기념품점에서 수없이 판매된 이 티셔츠는 도시를 방문한 경험과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간직하는 대표적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는다. 이후 ‘NY’ 대신 다른 도시나 인물, 사물의 이름을 넣은 수많은 변종이 등장했고, I♥X는 세계 어디에서나 알아볼 수 있는 그래픽 문법이 되었다. 

율러의 I♥SCNY 티셔츠도 이 형식을 차용한다. 검은 티셔츠 위에 커다란 흰색 ‘I’와 ♥가 인쇄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SCNY’라는 글자가 자리 잡는다. 하트 내부는 원색의 텔레비전 컬러바를 떠올리게 하는 그래픽으로 채워진다.

율러는 SCNY라는 가상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옷을 구현한다. 이 학생에게는 음악을 전공하고 ROTC 활동을 하며 록 음악에 관심이 있다는 등 구체적인 가상 이력이 부여된다. 이것이 CBGB를 비롯한 음악 관련 그래픽 티셔츠와 평범한 대학생이 입을 법한 캠퍼스 룩, 군복 느낌의 옷을 동시에 전개할 수 있는 당위가 아닐까. 각각의 옷은 독립된 디자인으로 보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한 사람의 학교생활과 문화적 취향을 구성하는 허구의 기록이 된다.

이 지점에서 I♥SCNY 티셔츠는 존재하지 않는 대학의 약자를 이용한 유명 그래픽 오마주를 넘어선다. 

대학 티셔츠는 재학 경험과 소속을 드러내고, 관광 티셔츠는 방문한 장소에 대한 기억을 담는다. 이 두 구조가 결합되면서 I♥SCNY 티셔츠는 다닌 적 없는 곳에서의 시간을 기념하는 물건이 된다. 티셔츠 위에 적힌 교명과 그래픽은 학교의 모습과 학생의 생활을 상상하게 한다. 이 티셔츠를 입는다는 건, 가상의 학교 이름을 빌리는 동시에 그곳에서 공부하고, 음악을 듣고 교내 활동에 참여했을 사람의 존재하지 않는 이력을 착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티모테우스 앙가완 쿠스노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인 <호랑이의 죽음과 다른 빈자리>와도 연결된다. 쿠스노는 가상의 영토 ‘타나 런쿡’과 이를 조사하는 연구기관 ‘타나 런쿡 연구센터’를 설정하고, 존재하지 않는 그곳의 역사와 의례를 보여주는 사진, 문서, 가면, 유물 등을 제작한다. 즉, 전시 자체가 ‘타나 런쿡 연구센터’의 연구 결과 발표회인 것이다. 여기에 실제로 행해졌던 호랑이 사냥 의식과 허구의 이야기가 한 기록 체계 안에 배치되며 존재하지 않는 영토의 역사와 문화에 실체감이 생긴다.

율러 역시 교내 매점에서 판매할 법한 티셔츠, 학생이 즐겨 입었을 밴드 머천다이즈, ROTC 활동을 암시하는 밀리터리 디테일이 들어간 옷을 제시한다. 의복이 쌓일수록 학교의 구조와 학생의 성격도 선명해진다. 쿠스노가 박물관과 연구기관의 형식을 통해 역사적 사실이 만들어지고 공인되는 과정 자체를 이야기한다면, 율러는 우리에게 더 가까운 개인의 취향과 소속, 성장 과정을 어떤 인물의 옷장처럼 구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I♥SCNY 티셔츠는 이 세계를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나는 SCNY를 사랑해’라는 말은 그 학교에 다녔던 사람의 존재를 전제한다. 사랑의 대상이 된 장소가 있었고, 그곳에서 시간을 보낸 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티셔츠를 구입했다는 서사가 그래픽 안에 포함된다. 율러는 이런 방식으로 의복을 가상 인물의 이력과 세계를 증명하는 기록물로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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