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tter』

『Gutter』

지음  홍우인

발행, 디자인, 편집  글라프레스

 신승민, 이희단

사진  유영공간
인쇄  엔페이퍼

ISBN  979-11-995573-1-4(03600)

전시  《Gutter》, 유영공간, 서울, 대한민국, 2026.

작품  〈River Film〉(2026), 〈링반데룽Ringwanderung〉(2026)

제도를 번역한 전시, 전시를 번역한 책.
홍우인의 《Gutter》와 글라프레스의 『Gutter』.

15,000


Description

서울의 지하철이 양화대교를 지나고 있다. 그때 펼쳐지는 노을빛의 한강은 한강을 바로 그렇게 보여주도록 여과한 지정학의 일부이다. 우리는 한강의 취수, 정수, 급수, 하수, 방류 시스템을 알지 못한다.

 

〈River Film〉은 하나의 풍경으로 모일 수 없는 한강 곳곳의 이미지를 채취한다. 한강은 교각과 와류, 제방과 토사, 윤슬과 슬러지가 함께 등장하는 곳이다. 나레이션은 각각의 풍경을 설명하지만 “한강으로 흘러들거나 빠져나오는 물의 흐름처럼 [나레이션의] 텍스트는 넘치는 정보를 [이미지에] 가지고 다가왔다가 일종의 절망과 빈곤을 가지고 돌아가기를 반복한다”.

 

그것은 『Gutter』가 작품 밖으로 흩어진 텍스트와 이미지 조각들을 마찬가지로 접고 펼치며 재조립하는 방식이다. 어떤 접힘은 풍경을 완성하고, 어떤 접힘은 가늠할 수 없다. 

 

그렇게 풍경을 이루지 못하는 “풍경 이하의” 물질적 당혹감은 《Gutter》에서 분리된 모니터 앞에 설치된 편광필름을 겹쳐 보아야만 이미지가 드러나는 구조와, 그 필름 없이는 식별 불가능한 모니터의 노이즈로 번역되었다.

 

『Gutter』 에서 우리 독자가 만들게 되는 것 또한 풍경이 아니다. 풍경을 기대하며 접었다 펼치면서 종이 위에 새긴 ‘골’이다. “가장자리에 파인, 무엇인가 흘러 빠지는 골”. 

 

『Gutter』의 골은 《Gutter》 다채널 비디오 〈링반데룽〉을 떠올리게 한다. 파이프에 삽입된 렌즈를 통해 영상은 점점 더 깊숙이 진입하고, 우리는 어딘가에 닿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앞의 우리는 점점 더 멀어진다. 파이프 내부를 통과하는 두 디스플레이의 이미지는 추상화되어 세포, 흑점, 일식과 같은 또 다른 풍경을 펼치기 시작하지만, 이내 파이프의 내부로 접혀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물질을 덮은 풍경을 벗겨냈을 때, 거기에 있는 것은 순수한 물질 자체가 아니라, 여전히 닿을 수 없는 거리감 속에서, 그 자신의 순환과 우연 속에서 스스로의 가능한 관념들을 생성하고 있는 체계(system)이다. 제도와 개인의 문제를 고민한다던 홍우인의 말처럼, 이 이미지들은 “안과 밖을 동시에 만들어”내고 “측정과 관리의 체계를 따라가되, 체계가 방치한 것들이 풍경의 틈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으로 관찰자를 위치를 끊임없이 이동시킨다. 

 

순환을 닮은 책은 표지 없이, “링”을 타고, 시작과 끝을 무마한다. 끝없는 반복의 탈출은 탈출의 풍경이 나타날 때까지 책을 넘기는 일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새긴 ‘골’로부터 우리 자신이 미끄러지기를  『Gutter』는 그 자신의 무한성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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