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TE ORDEMN : Oblique long vest

HARTE ORDEMN : Oblique long vest

Cotton 100%

Length 87-92

Chest 60

Shoulder 46

183,500

Out of stock


Description

C: 저희가 샤워라는 갤러리에서 처음 뵈었었죠, 혹시 미술 쪽으로도 연이 있으신가요?

 

K: 친구들이 티피컬 라이프 큐레이션 이라는 세컨핸즈 샵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에 오프라인 샵의 인테리어를 샤워 운영하시는 관수 님이 도와주셨어요. 전 동행인으로 갔습니다.

 

 

C: 그 샵도 큐레이션을 참 잘하는 곳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친구분이셨군요.  그럼, 하르테올뎀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어떤 계기로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하네요.

 

K: 패션에 처음 흥미를 느꼈던 건 고등학생 때 미술 시간에 인체 크로키를 그려보는 수업이 있었는데, 그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때부터 반 친구들의 크로키를 그려주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옷의 주름이나 매무새 같은 요소들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대학에 진학했을 때 마침 인스타그램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어요. 스트릿 패션이 유행하던 시기였는데 당시에는 본인의 룩을 올리는 인플루언서들이 이제 막 생겨나던 시기기도 했어요. 그들의 옷이 정말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제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옷들이었고, 그래서 그들의 사진을 따라 그리며 옷을 더 관찰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옷에 대한 주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료 커미션을 받아 옷쟁이들의 룩 사진을 펜화크로키로 그려주고, 점점 더 독특하고 실험적인 옷들이 그리고 싶어져서 브랜드 룩북이나 보그 런웨이 등을 찾아보며 그렸던 것 같아요. 처음 전공은 영문학이지만, 3학년 쯤엔 패션을 전공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의류학과로 편입했었어요. 그 이후로 실제로 옷을 만들고, 리서치를 하며 패션에 대한 애정을 더 키워가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도 패션에 대해 많이 모르지만 확실히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제가 어떤 감도의 이미지와 옷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C: 그럼, 패션에 본격적으로 뛰어드신지는 몇 년 안 되셨겠네요? 스스로 어떤 옷을 좋아하는지 정립하는 과정에서, 어떤 매체에서 영감을 받으셨는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이나 전시같이 디자인에 드라이브를 건 것들이 있을까 궁금해요.

 

K: 네 약 2년 반 정도 된 것 같아요. 실은 요즘은 영감이라는게 좀 막혀서, 저도 좀 답답하긴 해요. 예전에 제가 디자인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이불 작가의 영향을 좀 받은 것 같아요. 이불 작가의 작업은 저한테 늘 존재에 대한 구조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들더라고요.

 

작품에는 몸이 있는데, 그 몸은 늘 완성되지 않거나 분리돼 있고, 어떤 구조물에 붙어 있잖아요. 저는 그게 인간 정체성이나 감정이 늘 모호하게 분절되어 있다는 감각과 닿아 있다고 느꼈고 그런 ‘불완전한 결합 상태’…가 제 옷의 실루엣이나 여밈 구조, 파편화된 레이어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하르테올뎀도 그래서 뭔가 하나의 완성형보다는, 아직 수집 중인 조각 같은 상태, 그 과정을 표현하려는 것 같아요.

 

제가 유독 라디오헤드 음악을 좋아하는데 제가 확실히 구조나 리듬, 감정의 간격을 남기는 작업에 끌려하는 것 같더라고요. 라디오헤드 음악들이 딱 그런 멜로디가 단단하게 흐르지 않고 끊어짐과 이어짐을 반복하면서 감정이 한 번에 읽히지 않는 느낌을 준다고 저는 느껴요. 그런 낯선 흐름이 디자인에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거든요. 옷도 처음엔 불분명한 인상을 주지만 들여다보면서 시간이 지나고, 그러면서 구조나 질감이 서서히 드러나는 식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것 같아요.

 

 

C: 확실히 중간 지점이 키워드인 것 같네요. 생각해보니, 하르테올뎀의 키 컬러가 블랙인 것 같아요. 대부분의 옷이 검은색인데, 어쩌다 블랙에 매료되신 건가요.

 

K: 블랙이란 컬러가 즉각적으로 설명하거나 감정을 지시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오래 보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제가 느낀 블랙은 침묵인데, 그 침묵 속에서 형태나 구조, 질감을 천천히 관찰하게 만들죠. 저는 자신을 돌아볼 때도 깊은 고도의 탐구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고, 그게 제 삶을 흘러가게 만들거든요. 그래서 하르테올뎀도 그러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는 것 같고요.

 

하르테올뎀이 ‘내면에 대한 고도의 탐구’와 그 안에서 발견하는 구조적 질서고, 저한테 내면을 탐구한다는 것은 단지 하우스를 위한 주제가 아니라 삶을 지속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해서요. 그래서 하르테올뎀은 ‘완성된 어떤 것’이라기보다 그 안에서 계속 조합과 해체를 반복하는 ‘과정’인 상태인 것이죠.

 

블랙은 그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가장 정확한 배경이라 생각해요.

 

 

C: 그렇군요! 또 궁금했던 부분은, 첫번째 컬렉션때 선보인 조형물이에요. 뭔가 정희민이나 이미래 작가가 생각났는데, 어떤 오브제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K:그리고 첫시즌의 조형물은 하르테올뎀의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확장한 결과물이었어요. Route : 1[α]의 핵심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자아의 상태, 그리고 그것을 구성하는 파편들을 수집하기 시작한다는 이야기인데, 그 개념을 조형물에도 그대로 반영하려 했습니다.

 

오브제는 명확한 목적이나 쓰임이 없는, 정체불명의 형체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제가 직접 만든건 아니지만 지인 분께 외주를 맞길 때 실제로는 철 조각이나 철 부품처럼 기능적 맥락이 있던 것들을 결합하도록 부탁했고요. 그런 것들이 더 이상 원래 역할을 하지 않고 불완전한 축적물로 존재하게끔 만들었어요.

 

무언가의 일부였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혹은 앞으로 무언가가 될지도 모르는 그런 애매한 상태를 시각화하려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작가가 아니다보니 뭔가 조형물 구상할 때 생각의 한계를 정말 많이 느꼈던 것 같은데, 정리하자면 사람의 감정과 정체성의 각자의 조각과 파편들이 축적된 알 수 없는 형체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C: 요즘 눈여겨 보시는 하우스는 따로 있으신가요?! 그리고 목표도 따로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K: 저는 요즘 시즌 중에서 눈여겨보는 하우스 브랜드라면 스테파노 갈리치의 앤드뮐이 제일 잘 보이는 편입니다. 조용한데 화려하고, 층을 쌓아가는 느낌이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

 

저의 목표라면 당장 지금은 브랜드를 1인 작업자의 브랜드를 넘어서서 그 1인 체제 이상으로 단단하게 만들고 싶고, 더 나아가서는 해외까지 확장하고 런웨이도 할 수 있는 하우스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김현진이라는 한 사람의 목표라면, ‘이 과정들 속에서 마음속 불안을 점점 더 유연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인 것 같네요.

 

 

C: 그렇군요. 궁금한게 계속 생기는데, 현진님의 수작업이 들어간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기분이신가요?

 

K: 저는 조금이나마 연결된 느낌을 받아요. 좀 웃길 수도 있는데 뭔가 이해받는 느낌.. 그래서 뭉클함도 느껴요.

 

 

C: 뭔지 알 것 같아요. 분절된 인간상을 긍정하는 것이 현진님에게도 스스로를 긍정하면서 살아 나가는 생존의 방식인 것 같기도 하고, 하르테올뎀을 하는 것 자체가 어떤 동료를 찾기 위함 이라고도 느껴지네요. 옷을 보면 모종의 방랑자나 모험가가 떠오르기도 하고. 다음이 기대되는데요. 응원하겠습니다

 

K: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