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PERA : A sound you can wear

OSPERA : A sound you can wear


Description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스카프를 생각해본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명동, 홍대, 이태원 등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는 노점상이다. 그곳에서 파는 스카프는 ‘천으로 목을 감싼다’ 라는 스카프의 기능적인 부분을 충족해준다. 하지만 어떤 명품을 흉내낸 화려한 패턴이 휘갈겨 있으며, 한눈에 보기에도 재질이 좋아보이진 않는다. 이런 일회성 화려함에 집중한 스카프는 한 순간에 포인트로 활용하기 좋지만, 재질의 불쾌함은 헌옷수거함으로 끝을 맺는다. 또 우리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스카프는 일련의 명품들이 선보이는 스카프다. 물론 엄선된 재질로 만들어지지만, 높은 가격과 브랜드의 상징성 안에서 소비되기에 누구나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때로 그것은 스카프 라기보다 과시욕을 채워주는 수단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오스페라의 하우스지기 하석민은 이 빈틈을 포착한다. 처음 시작은 ‘내가 원하는 옷을 사려고 보니 없는 상황’이었다. 스카프를 자주 사용하는 그는 자연스럽게 시장 상황을 알게 되었고 ‘좋은 질의 스카프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급하자’라는 생각으로 오스페라를 시작했다. 그는 스카프의 묶는 방식과 흐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 스카프를 완결된 제품 이라기보다 착용하는 사람에 따라 여러 모습을 형성하는 해석을 전제로 하는 오브제로 상정한다. 여기에 오페라 하우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구조적인 아름다움과 흐름 같은 요소를 보고 오페라를 어떤 ‘종합 예술’로 상정해 오페라를 변형한 ‘오스페라’를 계획한다.

 

우리가 오스페라를 통해 읽을 수 있는 것들을 살펴보자. 오스페라가 내세우는 슬로건은 ‘입을 수 있는 소리(A sound you can wear)’다. 그 중심 구조를 기반으로 생각해 본다면, 지휘자 혹은 연주자의 지시어, 악보에서 쓰이는 요소를 딴 스카프의 이름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grazioso 우아하게

effector 소리를 변형, 가공하는 기구

Analog 아날로그

Delicato 섬세하게

Accent 강세

Ostinato 같은 리듬, 선율의 반복

fuzz 거친 기타 이펙트 톤

Andante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걸어가듯이

Saffron 샤프란

Pianissimo 아주 여리게, 매우 작게

Forte 강하게

Fermata 음이나 쉼을 길게 유지

Misterioso 신비롭게

Crescendo 점점 세게

Dolce 달콤, 부드럽게, 감미롭게

Comodo 편안하게

Riff 기타에서 반복되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리프

Maestoso 장엄하게

 

이 이름들은 우리로 하여금 특정 음악의 요소와 그 스카프를 연결 짓도록 만든다. 오스페라에서 만든 스카프의 이름, 형태, 길이, 텍스처, 두께를 지휘자의 지시어, 연주 소리, 악보의 요소라면, 그 스카프를 입는 우리는 어떤 지시를 따르는 연주를 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음악에서는 ‘프레이징’이라는 개념이 있다. 슬러(이 구간을 하나로 이어 연주하는 것), 쉼표, 프레이즈 마크(여기까지 하나의 흐름을 표시), 강약기호, 아티큘레이션(스타카토, 테누토, 악센트로 음을 어떻게 처리할지 알려주는 것), 템포 지시어(안단테, 돌체, 루바토 등의 곡의 속도나 성격을 정하는 요소) 등의 악보를 구성하는 요소를 연주자가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같은 악보라도 재량에 따라 더 강하기도, 더 부드럽기도, 더 빠르거나 느린 연주가 나타나는 이유다. 

 

프레이징은 스카프를 마주하는 우리의 관계와 닮았다. 오스페라의 스카프는 다양하다. 색은 물론 마감의 방식, 기장, 폭, 착용 시 형태를 변하게 하는 주름 등의 요소들이 각 스카프의 독자적인 형태를 만들며, 이는 우리의 손길을 거쳐 여러 방식으로 몸에 얹어진다. 우리는 그 스카프를 목에 메기도, 허리에 두르거나 가방에 묶기도 한다. 두르는 횟수나 매듭의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착용(연주)는 각자의 성향과 취향을 따르며, 이 구조는 연주자가 악보를 해석하고 연주하는 방법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악보가 모든 연주를 결정하지 않듯, 스카프 역시 착용의 결과를 완전히 고정하지 않는다.

 

이렇게 본다면, 오스페라의 스카프는 단순히 ‘목에 두르는 천’이 아니라, 착용자가 자신의 몸 위에서 해석하고 연주하는 하나의 소리로 이해할 수 있다. 이 하우스가 악보를 제안한다면, 착용자는 그 악보를 각자의 생활 속에서 프레이징한다. 오스페라가 말하는 ‘입을 수 있는 소리(A sound you can wear)’는 이 지점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오페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오스페라는 이렇게 몸으로 연주되는 소리들을 모아 자기만의 오페라를 만들려는지도 모른다. 하나의 스카프가 몸 위에서 변주되며 각자의 장면을 만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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