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TE ORDEMN : Kneed morph pants

HARTE ORDEMN : Kneed morph pants

Cotton 97%, spandex 3%
Length 103 / 56.5 (cropped)
Front 23
Waist 40
Thigh 30
Hem 29 / 23.5 (cropped)

239,000

2 in stock


Description

해체주의에 대해 떠올려보자, 흔히 찢기, 올풀기, 비대칭과 같은 시각적 기법이 먼저 떠오르지만, 이런 일련의 표현 기법은 그 표면에 불과하다. 해체주의는 단순히 형태를 파괴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완결된 구조와 고정된 의미를 의심하는 ‘반(反)하는 태도’에서 출발하는데, 이 태도는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차연’을 기반으로 한다.

 

 “해체주의 패션 디자이너들은 주로 과거 시대와 그 당시 유행한 다양한 지역의 복식에서 영감을 얻고 이를 새롭게 재조명하거나,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나타낸 그런지 룩, 중고 스타일, 리사이클 스타일 등을 통해 ‘차연’의 특징을 반영하였다.”1)

 

차연(differance)은 의미가 고정되지 않고 지연·유예되는 상태를 말하며, 이는 완결되지 않은 옷의 상태와 연결된다. 이러한 철학적 문제의식은 1980년대에 이르러 패션 영역에서 번역되기 시작한다. 전통적인 재단 방식과 완벽한 비례의 신화를 붕괴시키며 등장한 초기 해체주의는 의복을 하나의 안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분해와 재조합의 과정 속에 놓인 구조에 안착시켰다. 솔기와 안감의 노출, 내부 구조의 외부화는 단지 시각적 충격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완성’이라는 개념을 재고하는 행위다.

 

최근의 연구들은 해체주의를 더욱 확장된 개념으로 해석한다. 해체는 형태의 분절을 넘어 시간의 가시화로 읽히기도 한다. 과거의 인용, 현재의 사회적 맥락, 미래적 상상이 하나의 의복 안에서 중첩될 때, 옷은 선형적 흐름이 아니라 다층적 시간 구조를 드러낸다. 이때 해체는 이런 완결을 유예하는 태도이자, 곧 시간의 비선형성을 시각화하는 방식이다. 2)

 

또한 해체주의는 제작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는 설계 전략으로 확장된다. 다트와 같은 전통적 구조를 제거하거나 평면적 재단을 통해 신체 규범을 흔드는 시도는 의복을 하나의 닫힌 형태가 아니라, 착용자의 개입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열린 체계로 이해하게 한다. 3)

 

현대에 이르러 디지털 문화와 결합한 해체주의는 오류와 왜곡, 불완전성을 미학으로 전환하기도 하고, 지속가능성과 접합되며 재사용과 재조립의 윤리로 이동하기도 한다. 이처럼 해체주의는 특정한 시대의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구조·시간·체계에 대한 질문으로 계속 확장되어 왔다. 결국 해체주의는 단순하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망가져 보이는 옷”이 아닌, 완성이라는 전제를 유예하고 의미의 중심을 흔드는 태도 자체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신해체주의는 해체의 형식 위에 개인의 경험과 서사를 덧입히며 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2010년대 중반 해체주의에 유스컬쳐를 적극적으로 혼합한 와이프로젝트(Y/project), 베트멍(Vetements), 바퀘라(Vacquere) 등을 필두로 신해체주의가 전개되기 시작한다. 해체주의가 태도 기반의 형식 실험이었다면, 신해체주의는 일상적인 아이템을 과장, 해체와 재조합을 통해 낯섦(uncanny)을 연출하며 하우스 지기가 속한 문화와 감정, 경험을 더한다. 해체주의에 유희성, 긍정성, 다양성의 포용 등의 특성을 추가한 셈이다. 4)

 

감정과 개인 서사를 전면화하는 태도는 패션을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경험의 매개로 전환시킨다. 이는 필연적으로 대량 생산과 빠른 소비를 전제로 한 기존 구조를 재고하게 만든다. 해체적 재구성은 형태를 분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로 확장된다. 이러한 지점에서 신해체주의는 지속가능성과 접합되며, 파편화와 재조립은 자원 순환과 내구성이라는 생태적 논리로 전환된다.

 

이러한 신해체주의의 특성은 와이프로젝트에서 잘 드러난다. 하우스 지기 글렌 마틴스(Glenn Martens)는 젠더리스함과 스트리트 무드를 기반으로 위트 있는 디자인을 선보이며, 기능과 실용성보다 흥미와 재미를 강조한다. 이는 해체주의의 상호텍스트성을 기반으로 양성 경계 해체, 이질적 소재 혼합 등을 통해 다양한 성의 수용, 하이 패션과 대중 패션, 일상과 특별한 상황의 경계를 허문다. 베트멍의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는 유년기의 내전 경험을 컬렉션에 투영하며, QR 코드 그래픽이나 문신을 모방한 스타킹 등을 통해 해체주의에 개인적 기억을 덧입힌다. 바퀘라는 탈중심성에 기반해 전통적 의상 미에 도전하고, 일반인·노인·트랜스젠더 모델을 쇼에 세우며 규범을 전복한다. 5)

 

그러나 기존 해체주의와 신해체주의의 옷은 ‘해체’가 적용된 상태로 완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Maison Martin Margiela)가 2012년 H&M과 협업해 발매한 가죽 재킷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이 자켓은 위태롭게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촘촘한 마감으로 ‘해체된 상태’가 하나의 형태로 고정되어 있다.

 

옷이 착용을 통해 변화하는 사례로는 2009년 페인트 크랙 진, 2014년 페인티드 컨버스를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셀비지 원단을 이용해 만든 청바지가 착용을 통해 변화하지만, 이 바지는 이 과정을 가속하고, 극대화한다. 원단에 특수 처리를 해 착용할수록 도장이 벗겨지며 안쪽 원단이 드러나는 옷이지만, 이런 옷은 주로 이벤트성 상품으로 등장한다. 변화는 허용되지만, 컬렉션 전체를 ‘변화의 과정’에 맡기는 일은 드물다. 변화하는 옷은 하나의 모습으로 고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의 의복은 상황에 맞춰 ‘꾸밈’이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장식품이자 연출을 위한 오브제로 기능한다. 따라서 ‘변화하는 중’이라는 ‘중간 상태’에 머물러 있는 옷은 우리에게 낯설다. 하지만 변화하는 옷은 스스로를 이용자에게 맡기며, 이용자의 개입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이는 옷의 관찰을 요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하르테올뎀의 일반적이지 않은 곳에 붙어 있는 단추,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는 천, 분리하도록 만든 지퍼 같은 디테일은 옷을 단번에 완성된 형태로 이해하는 것을 거부한다. 전체를 살펴보고, 선택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작동하는 구조다. 이는 외형을 파편화하는 데 머무는 해체가 아니라, 옷의 설계 방식을 다시 묻는 태도에 가깝다. 전통적인 다트 구조나 곡선 형성을 통해 신체를 규정하던 방식 대신, 변형 가능성과 미결 상태를 남겨두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옷은 착용자의 개입 속에서 구성되는 열린 구조로 존재한다. 6)

 

이 상태는 데리다가 말한 텍스트의 불안정성과 맞닿아 있다. 의미가 고정되지 않고 읽힘 속에서 생성되듯, 이런 구조의 옷은 하나의 확정된 ‘문장’이 아니라 읽히는 과정 속에서 의미가 변하는 ‘텍스트’에 가깝다.

 

하르테올뎀은 신해체주의의 언어를 공유하면서도 그 중심에 완전히 진입하지는 않는다. 신해체주의가 개인의 문화와 감정을 가시화한다면, 하르테올뎀은 감정을 설명하거나 표면화하는 대신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을 구조로 환원한다. 

 

비대칭, 분절, 과도한 기장과 같은 해체주의적 요소는 특정한 이야기의 전달보다 착용자를 결정의 과정에 머물게 하며, 옷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닌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간 지점’의 상태로 존재한다. 이미지의 파편화가 아니라, 구조와 행위의 층위에서 불안정성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처럼 하르테올뎀은 감정을 서사로 확장하는 신해체주의의 방향과, 감정을 구조로 침잠시키는 또 다른 방향 사이—그 경계에 머물며 자기만의 언어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1) 김정연. “신해체주의 패션의 디자인 특성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인천대학교 대학원, 2021. 인천

 

2) Hasem, Amina. “Temporality and Deconstruction as Interrelated Strategies in Contemporary Clothing Design.” Art and Design, Vol. 8, No. 3, 2025, pp. 105–116.

 

3) Zhu, Jianfeng, Junhui Wang, and Jianguang Pan. “Deconstructionist Approaches to Innovative Design Strategies for Seamless Dresses.” UKR Journal of Arts,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Vol. 1, No. 6, 2025.

 

4) 손해연. “현대 패션에 나타나는 신해체주의 디자인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중앙대학교 대학원, 2022. 서울

 

5) 김정연. “신해체주의 패션의 디자인 특성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인천대학교 대학원, 2021. 인천

 

6) Hasem, Amina. “Temporality and Deconstruction as Interrelated Strategies in Contemporary Clothing Design.” Art and Design, Vol. 8, No. 3, 2025, pp. 105–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