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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란 무엇일까? 옷과책의 한 쪽에는 House의 번역어로 ‘가정’을 적어두었다.

December 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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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지금까지 사라진 하우스의 목록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건 나의 기억 속에 자리잡은 하우스 중에서 지금까지 사라진 하우스의 이름이다. 여기 목록 외에도 수많은 하우스가 생겨나고 또 사라졌을 것이다. 이들을 기억한다. 목록 속 하우스 중에서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유행하는 ‘대중적 미감’을 빠르게 잡아와 사용한 부류도 있고, 제작자의 자아를 표현하겠다는 작가주의적 접근으로 하우스를 런칭한 부류도 있었다. 나는 동료로서 궁금하다. 이들이 무엇을 보고 들으며, 어떤 것들에게 영향을 받아 작업을 전개하는지, 나의 하우스가 나를 먹고 살 수 있게 해주지 않을 때, 이들이 생계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대부분의 하우스가 운영을 지속하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어떤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여전히 옷과 하우스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의복이 산업의 일부로 평가 받는 한국의 실정에서 어쩌면 주류가 아니라고 부를 수 있는 1인 하우스는 지속이 힘들다. 옷과책은 이 동네의 공터가 될 수 있다. 공터는 공원이 될 수 있다. 때로는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이곳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누구보다 내가 그것을 필요로 한다.

옷과책을 준비하면서 몇몇 하우스 지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옷의 스타일링이나 컨셉보다 하우스 설립의 계기와 그 과정에서 생겨난 고민과 대응 방식에 집중했다. 또한, 하우스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는지, 저마다에게 옷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이용자와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하는지도 물었다.

예술은 고급 문화의 일부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돈이나 자본이 완전히 지배하기 힘든 부분을 여전히 보존하고 있다. 예술 현장의 순기능 중 하나는 ‘반응’의 다양함이다. 반응은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별점과 후기가 잠식하는 ‘패션계’는 결국 ‘옆에 놓인 그것보다 더 좋은 이것을 구매하십시오.’ 라는 명령으로 귀결한다. 그래서 반응은 다양해야 한다. 인간의 삶 대부분을 함께하는 ‘옷’이라는 사물을 우리가 어떻게 느끼는지, 변형하는지, 적응하는지, 다루는지 드러내는 일이야말로 ‘산업으로서 옷’을 한 사람의 옷으로 해방하는 일이다. 나는 이런 확장의 경험을 ‘텍스트 피팅’이라는 형식으로 선보이고자 한다. 하우스의 감상과 리뷰, 비평과 함께 발전을 꾀하는 하우스 지기들과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보고 싶다.

이제 우리는 패션이 아니라 의복(garments)을 보아야 하며, 제작자들의 브랜딩 철학이 아니라 하우스가 만들어지는 ‘하우징’의 과정을 보아야 한다. 옷과책을 준비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점은 제작자들이 이런 접근을 환영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가먼츠 리뷰나 하우징 비평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없기 때문일까. 이러한 액션-리액션의 과정이 필요한 것은 이제 하우징을 시작하는 ‘신진’ 제작자일텐데,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워크숍과 토크 프로그램이 포화하는 가운데에도 의복에 관련한 대화와 반응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하우징’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삼아 이 현장을 살펴보려 한다.

옷을 만드는 일은 즐겁다. 옷을 수선하고 다시 만드는 일 또한 못지 않은 즐거움이 있다. 자연스럽게 원단에서 옷으로, 옷에서 원단으로, 옷에서 다른 옷으로 이동하는 결합-해체-재구성의 과정을 연구했다. 기존의 옷은 새로운 형태로 내게 주어진다. 나는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내 의도에 맞추어 천을 변형하는 것을 배우고, 여기서 배운 것을 옷과책 동료들과 나누고 있다. 옷과책은 ‘산업으로서 옷’을 떠나 의복 자체를 연구하는 커뮤니티가 되었으면 한다. 여기에는 이미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디렉터나 전문가, 옷을 사랑하는 이용자와 비전문가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기를 바란다. 어쩌면 여로의 말처럼, 이것이 나의 ‘가정(House)’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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